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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어루만지는 그림 - 반 고흐가 그려낸 희망과 축복 (ft. 유리컵에 꽂힌 아몬드 꽃)

매일같이

by 어쩌다쨈 2022. 3. 6.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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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를 보면 가슴이 먹먹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그런지 상대방을 공격하는 날카로운 말과 기사들이 가득합니다. 24시간,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는 뉴스 채널뿐 아니라 유튜브, 소셜미디어를 더 우울하게 만듭니다. 많은 국가들이 러시아에 경제적 제약을 줄 것을 협의하면서 향후 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은 증폭되고 있습니다. 우리 일상생활에 불안감이 커집니다.

이런 제 마음을 어루만져 줄 무언가를 바라며 생각 없이 블로그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마음에 불쑥 들어오는 그림을 보았습니다.

소박한 유리잔에 무심히 꽂혀 있는 나뭇가지, 그 위에 올망졸망 발롱대는 하얗고 작은 꽃망울의 그림입니다. 꽃을 피우려는 소심한 나뭇가지를 잔잔하게 만져주는 햇살이 따스합니다. 그림 속 햇살이 손을 뻗어 거친 제 마음과 일상을 잔잔히 온기를 나누어 줍니다. 그림 너머로 옅은 꽃 내음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블로그를 읽으며 이 소담한 그림이 제가 좋아하는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아몬드 꽃 시리즈의 하나인 ‘유리컵에 꽂힌 아몬드 꽃(Blossoming Almond Branch in a Galss)라는 걸 알았습니다.

 

인상파 작가로 유명한 빈센트 반 고흐, 누구나 한 번은 들어봤을 이름입니다. 널리 알려진 이름만큼이나 천문학적으로 비싼 그림, 그래서 더 유명합니다. 생전에 인정받지 못했던 불운의 화가, 자신의 귀를 자른 광기의 화가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예술에 조예가 깊지 않은 저, 반 고흐의 작품은 마음을 두드리는 강렬한 색감과 힘찬 붓 칠이 멋지다는 생각하는 정도입니다.

고흐가 살던 당시에는 일본의 문화, 특히 목판화가 예술인들 사이에서 인기였다고 합니다. 고흐 역시 일본 그림의 색채와 구도에 심취해서 일본 목판화를 수집하기도 했습니다. 자연스레 그의 그림은 알게 모르게 동양화에서 많이 보았던 풍취가 묻어납니다. 그래서 많은 동양인들이 유독 고흐 그림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 많은 동양인 중 하나입니다.

강렬한 색감, 특히 다채로운 버전의 파란색을 좋아하는 저는 그래서 파란색을 많이 쓴 반 고흐 작품은 다 좋아합니다. 일례로 제 공부방 구석에 자리한 저의 책상 옆에는 부드럽고 상냥한 파란색이 가득한 반 고흐의 아몬드 꽃 복제화가 바로 옆에 걸려 있습니다. 책 읽고 글 쓰는 제 옆을 지긋이 지켜주는 다정한 친구 같은 그림이지요.

 

그래서 아몬드 꽃 그림만큼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아침을 여는 첫 햇살의 맑고 따스한 노란빛이 마음을 적셔오는 그림, 이 그림을 반 고흐가 그렸구나 생각하니 나의 지식이 얼마나 얕고 좁은지 부끄럽기도 합니다. 이 그림,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다는데 몇 년 전 갔을 때 본 기억이 없습니다. 봤는데 모르고 지나쳤는지, 혹은 그림이 당시 순회 중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아쉬움만 커집니다.

아몬드 꽃 그림은 반 고흐가 죽기 전 2년간 (1888년부터 1890년) 즐겨 그렸던 소재입니다. 당시 요양 차 머물렀던 남부 프랑스 지역의 아를레즈 (Arles)와 세인트 레미(Saint-Remy)의 계절마다 터지는 꽃망울 가득한 과수나무와 따스한 햇볕을 사랑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래서일까요, 반 고흐가 가장 많은 그림을 그린 시기라고 합니다. 많은 과수나무 중에서도 아몬드 나무는 특별했습니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맞이하는 첫 꽃망울을 피워 내는 아몬드 꽃은 희망을 상징한다고도 합니다.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에서 아직 눈이 쌓인 겨울 날씨 속에서도 꽃을 피워내는 아몬드 나무를 언급하기도 했지요. 오늘 처음으로 알게 된 유리컵에 꽂힌 아몬드 꽃 가지 그림, 어쩌면 고흐가 동생에게 언급한 바로 그 그림인지도 모릅니다.

“Here it is freezing hard and the ground is continually under snow. I have painted a study of the snow-covered ground with the town in the background. I have also made two small studies of a branch of an almond tree, which, despite the wintry weather, is already blossoming.”

Excerpt From: Vincent van Gogh. “The Letters of a Post-Impressionist / Being the Familiar Correspondence of Vincent Van Gogh.”

문득 손을 뻗어 제 벽에 걸린 아몬드 꽃 복제화를 어루만집니다. 이 그림은 사실 반 고흐가 그의 영혼의 동반자였던 동생 테오의 아들, 그러니까 고흐의 조카가 태어난 걸 축하하며 그려 선물한 그림입니다. 시린 듯 청량한 겨울 하늘에 봄을 여는 아몬드 꽃망울, 좋은 일만 있을 거라는 희망과 축복을 전하고 싶었을 고흐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부드럽고 상냥한 파란색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가족을 사랑하고 축복하는 고흐의 따스한 마음이 담긴 하늘이고 꽃망울입니다. 좋아하고 함께 했던 친구 같은 그림, 사랑을 듬뿍 받은 행복한 그림이었군요. 더 고맙고 애착이 갑니다.


이래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구나, 앞으로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은 그림을 보고 감사하며 살겠다고 생각합니다. 거칠고 우울했던 제 마음, 어느새 따스한 햇살과 희망의 아몬드 꽃으로 가득 찹니다.

참조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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