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관련된 뉴스, 저도 모르게 따라 보고 있습니다. 관련 뉴스와 외신 분석 자료, 그리고 SNS의 포스트와 유튜브까지, 우크라이나 사태가 24시간 생중계되고 있구나 생각됩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에서 퇴각하기로 결정했을 때의 카불 사태 때도 느꼈지만 정보통신은 더 빠르게 뉴스를 전합니다. 덕분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우크라이나가 마치 옆 나라 일처럼 가깝게 느껴집니다. ‘지구촌 이웃'이라는 말이 요즘처럼 피부에 와닿은 적이 없습니다.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쫓다 보니 자연스레 찾아보고 공부하게 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군사자료들, 우크라이나의 역사와 지정학적 가치, 러시아와 나토를 둘러싼 긴장과 유럽의 정세, 그리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미디어 정책까지, 이전에는 몰랐던 걸 읽고 있습니다. 더불어 모자라지만 나의 생각을 정리해 글로 옮기고 싶습니다. 문제는 꼭꼭 뭉친 실타래 마냥 이런저런 생각이 꽁꽁 뭉쳐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풀어내야 할지 어렵습니다. 이런 마음을 품고 백일백장 챌린지(100일 동안 하루에 한 편 블로그 글 올리기) 때문에 블로그에 들어갔다가 문득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며 저처럼 생각이 많으신 듯한 블로그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힘의 중심은 어디에서'
대통령 선거가 3월 9일에 있다. 대통령 후보자들마다 쏟아지는 공약들이 있다. 우리나라는 분단국가로서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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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중심은 어디에'라는 제목의 글을 읽자니 제 마음이 또 삐딱선을 탑니다. 이해하고 일부 공감하면서도 동의하지 못하는 까칠한 저, 답글을 길게 남기며 생각했습니다. 반듯하니 구성이 딱 떨어지고 첨부자료를 길게 나열하는 글을 쓰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급하게 쓰는 답글처럼 제 마음에 스치는 직관의 목소리를 따라 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어차피 모든 정보를 손에 넣고 습득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더 나은 정보를 찾고 기다리는 것만큼이나 지금 당장 내가 바라보고 느끼는 그 감정을 존중하고 표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직시하고 더 잘 알게 되니까요.
'선의로 포장된 악의 길'이라는 문구가 문득 생각납니다. 평화를 위해, 나와 이웃을 보호하기 위해 힘이 필요하다는 말씀에 십분 공감합니다. 힘없는 평화는 허공에 울리는 메아리 같은 거라는 말도 떠오릅니다.
읽다가 제가 흠칫 놀랐던 건 바로 그래서 선제공격 부분이었습니다. 평화를 위해 선제공격이라는 말은 이미 역사 책에서 많이 들었던 내용이었거든요. 비교가 맞아떨어지진 않겠지만 러시아의 푸틴도 그래서 공격이라고 했을지도 모릅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겠다고 하니, 그럼 러시아가 나토와 국경선을 바로 맞닿게 되고, 그러느니 내가 먼저 선제공격하자고요. 겁만 주고 말 거라도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우리가 바라는 것처럼 흐르지 않습니다. 결국 남는 건 공격, 공격에 대한 반격, 그리고 폭력에 대한 기억입니다. 기억이 흐릿해지면 다시 공격하자는 말이, 생각이 들끓겠지요.
그래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시키지 않는다는 말이 있나 봅니다. 오늘도 작가님 덕분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쇠뿔도 단숨에 빼라고, 오늘 글이 그렇습니다. 어제 썼던 답글의 연장선에서 전쟁 소식을 읽는 제 마음을 찬찬히 바라보고 떠오르는 생각을 촘촘히 옮겨보려 합니다.
처음으로 전쟁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던 건 어렸을 때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를 읽으면서 였습니다. 중학교 때 책꽂이 맨 위쪽에 진중하니 꽂혀있던 세계문학전집 중 하나였습니다. 스페인 내전에 종군기자로 있었던 헤밍웨이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라고 하지요. 피부에 와닿는 이야기와 마음을 찌르는 감정에 휘몰려 앉은 자리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죽음, 특히 죽음의 냄새와 죽음을 앞둔 상황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한창 어렸던 제게는 형이상학적 개념으로만 생각되었던 죽음을 냄새로, 맛으로 치밀하게 표현했던 헤밍웨이의 글이 제 마음에 턱하니 바위를 얹은 듯했습니다. 이후에도 그 부분만 골라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제게 전쟁은 헤밍웨이가 그려낸 배고픔과 폭력, 죽음과 꿈, 그리고 희생으로 다가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면서 어떻게 이 사태까지 온 걸까, 생각이 많아집니다. 그래서 한 달 전, 3개월 전, 6개월 전 이렇게 거슬러 가다 보니 2014년까지 올라갑니다. 2014년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친 러시아 성향의 우크라이나 대통령 Viktor Yanukovych 정부를 전복시킨 후 친서방 성향의 정부가 건립되고 EU 무역권에 서명하자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침공하여 강제 합병했고 그 과정에서 13,000 명의 우크라이나 군인과 민간인이 사망했습니다. 이 분쟁은 2014년과 2015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프랑스 그리고 독일이 함께 민스크 협약이라는 휴전 협정으로 끝났지요. 그리고 2019년 4월, 텔레비전 인기 시리즈에서 대통령 역을 연기하던 코미디언, Volodymyr Zelensky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지요. 그리고 나토 가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우크라이나를 경계하던 러시아의 푸틴(Valdimir V. Putin)은 러시아와 접해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내 반군들을 지지하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정했지요.
많은 비평가들이 러시아의 이런 행태를 보며 서로 다른 의견을 냈습니다만 제가 특히 인상 깊게 읽은 건 어떤 외교 비평가의 촌평이었습니다. 러시아는 미국과 세계의 슈퍼파워로 군림했던 과거를 그리워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영향력이 사라질까 끊임없이 두려워하고 있노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를 서방세력과의 완충지역으로 남겨두고픈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이겠지요.
사실 우크라이나는 지금의 러시아와 함께 소련 연방체제를 만든 나라로 전 국민의 4/1 이상이 현재 러시아에 친척이 있을 정도로 러시아와 친밀한 사이였습니다. 그래서 소련 연방 체제 아래에서는 러시아 4/1의 병력이 우크라이나에 몰려 있었다고도 하지요. 그렇지만 요즘의 우크라이나는 국방력보다는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서방세계의 민주적인 국가운영과 경제발전만을 바라고 필요하다면 정부를 직접 바꾸는 능동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니 러시아의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유독 껄끄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왜 우크라이나는 진작 전력을 키우지 않았을까, 궁금해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우리나라도 전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을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요즘 더 많이 들립니다. 그런데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상황이 다릅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GDP 당 국방비 지출 비율을 보면 러시아가 4.26%, 그리고 우크라이나가 4.13%로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2.85%입니다) 인구당 군인의 비율은 약간 차이가 나서 러시아는 전체 인구의 0.7%가 군인인 반면 우크라이나는 0.4%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1.2%입니다).
결국 우크라이나가 전력을 키우는 것을 무시하거나 게을렀던 게 아닙니다. 규모가 다를 뿐이지요. 이런 자료를 비교해 보면 긴박하게 변하는 국제 정세를 잘 판단해서 영민하게 결정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노력해서 강한 국방력을 기르는 건 중요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머릿수로, 돈으로 맞대응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니 계속 국방력을 키우며 대응체제를 마련하되 강대국 사이에서 잘 균형을 잡아 분쟁의 대상에서 벗어나는 게 최선이구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섬세하고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지도자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합니다. 때마침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지요. 저의 소중한 한표의 무게가 더 중하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계획 없이 쓰겠노라 다짐했지만 역시나 습관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생각을 흐르는 대로 적으리라 생각했는데, 글을 쓰다 보니 저도 모르게 순서가 생기고 군데군데 자료를 찾아 넣습니다. 게다가 글을 쓰다 보니 더 많은 궁금증과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전쟁의 법칙과 3차 세계 대전의 가능성, 그리고 우리나라와의 비교, 미디어의 힘, 러시아 제재와 세계 경제 전망까지 이렇게 쓰다가는 밤을 꼴딱 새울 거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여기에서 마무리하고 이어진 생각은 다음에 다시 풀어보려 합니다.
이렇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니, 저는 수다쟁이구나,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오늘도 저의 생각을 끝까지 읽어 주신 다정한 당신, 감사합니다.
참조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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